프리랜서 중개 플랫폼 `크몽` 박현호 대표 인터뷰
재능을 주선하다
웹개발·영상제작·디자인부터
전자책·알바 시장까지 진출
자신의 상품 가치 높이려면
포트폴리오 만드는 훈련을
창업도전 10전11기
PC방 관리·VOD·게임아이템…
플랫폼 사업 계속 도전했지만
조급함이 열 번의 실패 불러
유행 좇기보다 뚝심이 중요해
◆ 중소기업 Mart ◆
◆ 섹션 전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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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전 10패. 패기 어린 스물한 살의 청년이 서른세 살의 완숙한 나이가 될 때까지 10여년간 써내려갔던 창업 노트엔 실패의 기록만 빼곡하게 쌓이고 있었다. 서울에서 막다른 골목에 몰린 그의 발길이 다다른 곳은 어머니가 계신 지리산 자락이었다. 빚 3억원이 따라왔다. 어머니는 "이제라도 취업하라"며 등을 떠밀었지만 무한 긍정 사나이는 '언젠가는 잘될 거야'라며 자신을 다독였다. 라면을 먹으며 불현듯 떠오른 아이템이 재능 중개 플랫폼 '크몽'이었다. 2012년 설립 당시엔 성공할까 싶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국내 대표 프리랜서 마켓 플랫폼으로 우뚝 섰다. '실패 장인'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당당히 성공 대열에 들어선 박현호 크몽 대표(44)를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만났다. 서초동 고가 아파트에 둘러싸인 한적한 사무실이었다.
앞이 캄캄했던 2010년 가을로 시계를 돌려보자. "아이템 기준으로 다 세보진 않았지만 10개 정도를 실패했어요. 비슷하게 모두 플랫폼 사업이었어요. PC방 관리 프로그램, 쇼핑몰, VOD, 파일 다운로드 공유 프로그램, 게임 아이템 거래. 당시 유행하던 업종이었는데 실패했죠."
실패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꾸준히 못 했던 게 커요. 닷컴 버블이 꺼지면서 한 번 실패를 겪으니까 실패를 만회하려는 생각 때문에 조급함이 생겼죠. 6개월 안에 만회하자고 다독였죠. 빠르게 성공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다 보니 조금 하다가 아니다 싶으면 빨리 접고, 너무 피봇(pivot·사업 전환)을 많이 했어요.(웃음)"
지금에야 한 우물만 열심히 팠어도 성공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오히려 크몽은 아이템이 좋지 않다고 생각했던 경우다.
"소소하게 재능 마켓으로 시작했는데 고민이었어요. 과연 비즈니스 가치가 있을까. 이 시장이 얼마나 클 수 있을까 하고. 그런데 조금씩 잘되니까 점점 생각이 바뀌었어요. 또 경쟁자가 생기니까 동기부여가 되면서 집중하게 됐죠."
처음에는 5000원, 1만원을 거래하는 프리랜서 시장이 코로나19를 만나면서 대폭발했다.
"원격으로 일하는 프리랜서 시장이 열릴 것이라는 얘기는 20년 전부터 나왔어요. 하지만 코로나로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했어요. 2020년 3, 4월부터 프리랜서 등록량이 전년 동기 대비 2배로 폭증했지요."
결국 프리랜서 시장을 쏘아 올린 것은 재택근무라는 것일까.
"기업 입장에서 보면 디지털로 모든 산업이 전환되면서 개발자 등 디지털 인력들이 갑자기 필요해졌어요. 예전에는 사람들과 일하려면 옆에 항상 끼고 있어야 했지만 요즘에는 원격으로 일하는 것에 익숙해졌죠. 코로나19 재택근무를 거치며 기업 입장에서는 원격으로 누군가와 협업하는 데 부담을 느끼지 않아요. 프리랜서 공급 측면에서도 출퇴근 시간을 좀 더 여유롭게 쓰면서 '크몽' 같은 플랫폼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된 거죠."
회사만 열심히 다니면 노후가 보장되는 시대는 끝났다. 대한민국 직장인들은 주식 투자와 비트코인, 배달 알바도 하면서 수입 파이프라인을 늘리고 있다. "크몽의 한 마케터의 경우에도 크몽 앱에서 부업으로 PPT 디자인을 팔고 있어요."
사주이자 경영인으로서 본업에만 집중하지 않고 익명으로 부업에 나서는 직원들이 마뜩잖지는 않을까. 그는 "어쩔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며 "근무시간에만 충실하고 나머지 개인시간에 부업을 하는 것은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크몽에서는 실명이 아니고 닉네임을 쓰기 때문에 비공개로 활동하는 사람이 많고, 이를 적발하기도 쉽지 않다.
크몽 같은 중개 플랫폼이 프리랜서들의 저가 경쟁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크몽에서 거래하는 것은 주로 웹개발이나 영상콘텐츠 제작 등입니다. 디자인은 스타일이나 수준에 따라 가격이 엄청나게 차이 나죠. 처음에는 가격을 낮춰서 경쟁하지만 평판이 쌓이면 가격을 올릴 수가 있어요."
급변하는 노동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게 정말 중요합니다. 크몽 안에서도 거래가 잘되는 분들은 평가가 좋은 분들이에요. 좋은 평판을 만들어가는 게 중요해요."
크몽은 프리랜서 일을 중개하는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마켓만 있는 것이 아니다. 덩치가 큰 기업 프로젝트의 경우 직원들이 개입한다. 웹사이트 구축 등 B2B(기업과 기업 사이 거래) 기업 프로젝트를 전담하는 사업부가 크몽 엔터프라이즈다. 여기에 PDF 전자책 서비스와 단기 알바 매칭 플랫폼인 '쑨'도 운영하고 있다. PDF 전자책 서비스는 40~50페이지 분량으로 '우리 아이 회장 만들기' 같은 노하우를 판매한다. 인세가 80%로, 분야별 심사를 거쳐 콘텐츠당 5000원 이상으로 가격이 책정된다. 올해부터 VOD 영상도 전자책 서비스에 추가됐다.
"매출이 증가하는 것은 당연하고 매출성장률이 오르고 있는 것이 고무적입니다. 올해 매출 정점을 찍을 겁니다. 크몽마켓뿐 아니라 엔터프라이즈, VOD, 쑨 등 신사업들을 폭발적으로 성장시키는 게 목표예요. 언제든 흑자가 가능하도록 비용 관리를 하고 있어요."
올해 6월 1일이 창업 10주년 기념일이다. 2015년 첫 투자를 받고 작년 4월에 320억원을 받아 누적 투자금이 480억원이다. 직원 100여 명이 근무하는 공간은 빈자리가 많이 눈에 띄었다.
"자율적 재택근무 중입니다. 돌이켜보면 힘든 구간이 크게 세 번이었는데 공통점이 인원을 급격히 늘렸을 때였어요. 가치관이 충돌하고 중심이 흔들리면서 위기의 실마리가 됐죠. 제일 잘못된 생각이 사람이 2배 늘어나면 퍼포먼스가 2배 늘어난다는 것이더군요. 퍼포먼스는 인력에 비례하지 않아요. 탄탄하게 팀워크가 만들어지려면 천천히 인력이 늘어나는 게 중요해요."
다행스러운 건 위기를 통해 산만했던 비즈니스를 가지치기하고 정체성을 명확하게 다질 수 있었다. "유행을 따라가는 것이 오히려 위험했어요. 자신이 믿는 목표를 향해 꾸준히 개선해 나가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위기가 온다면 어디에서 올까. 그는 "요즘 제일 두려운 건 '제2의 크몽'이 나타나는 것이다. 혁신당할까 두렵다"며 "스타트업이 두려워하는 대상은 대기업이 아니라 또 다른 스타트업"이라고 말했다.
▶▶ 박현호 대표는… △1978년 경남 진주 출생 △1997년 단국대 컴퓨터공학과(중퇴) △1998년 주식회사 라밤바 창업 △2001년 에프유비 유한회사 창업 △2012년~현재 크몽 대표
[이향휘 기자 / 사진 =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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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을 주선하다
웹개발·영상제작·디자인부터
전자책·알바 시장까지 진출
자신의 상품 가치 높이려면
포트폴리오 만드는 훈련을
창업도전 10전11기
PC방 관리·VOD·게임아이템…
플랫폼 사업 계속 도전했지만
조급함이 열 번의 실패 불러
유행 좇기보다 뚝심이 중요해
◆ 섹션 전체 ◆
앞이 캄캄했던 2010년 가을로 시계를 돌려보자. "아이템 기준으로 다 세보진 않았지만 10개 정도를 실패했어요. 비슷하게 모두 플랫폼 사업이었어요. PC방 관리 프로그램, 쇼핑몰, VOD, 파일 다운로드 공유 프로그램, 게임 아이템 거래. 당시 유행하던 업종이었는데 실패했죠."
실패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꾸준히 못 했던 게 커요. 닷컴 버블이 꺼지면서 한 번 실패를 겪으니까 실패를 만회하려는 생각 때문에 조급함이 생겼죠. 6개월 안에 만회하자고 다독였죠. 빠르게 성공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다 보니 조금 하다가 아니다 싶으면 빨리 접고, 너무 피봇(pivot·사업 전환)을 많이 했어요.(웃음)"
지금에야 한 우물만 열심히 팠어도 성공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오히려 크몽은 아이템이 좋지 않다고 생각했던 경우다.
"소소하게 재능 마켓으로 시작했는데 고민이었어요. 과연 비즈니스 가치가 있을까. 이 시장이 얼마나 클 수 있을까 하고. 그런데 조금씩 잘되니까 점점 생각이 바뀌었어요. 또 경쟁자가 생기니까 동기부여가 되면서 집중하게 됐죠."
처음에는 5000원, 1만원을 거래하는 프리랜서 시장이 코로나19를 만나면서 대폭발했다.
"원격으로 일하는 프리랜서 시장이 열릴 것이라는 얘기는 20년 전부터 나왔어요. 하지만 코로나로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했어요. 2020년 3, 4월부터 프리랜서 등록량이 전년 동기 대비 2배로 폭증했지요."
결국 프리랜서 시장을 쏘아 올린 것은 재택근무라는 것일까.
"기업 입장에서 보면 디지털로 모든 산업이 전환되면서 개발자 등 디지털 인력들이 갑자기 필요해졌어요. 예전에는 사람들과 일하려면 옆에 항상 끼고 있어야 했지만 요즘에는 원격으로 일하는 것에 익숙해졌죠. 코로나19 재택근무를 거치며 기업 입장에서는 원격으로 누군가와 협업하는 데 부담을 느끼지 않아요. 프리랜서 공급 측면에서도 출퇴근 시간을 좀 더 여유롭게 쓰면서 '크몽' 같은 플랫폼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된 거죠."
회사만 열심히 다니면 노후가 보장되는 시대는 끝났다. 대한민국 직장인들은 주식 투자와 비트코인, 배달 알바도 하면서 수입 파이프라인을 늘리고 있다. "크몽의 한 마케터의 경우에도 크몽 앱에서 부업으로 PPT 디자인을 팔고 있어요."
사주이자 경영인으로서 본업에만 집중하지 않고 익명으로 부업에 나서는 직원들이 마뜩잖지는 않을까. 그는 "어쩔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며 "근무시간에만 충실하고 나머지 개인시간에 부업을 하는 것은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크몽에서는 실명이 아니고 닉네임을 쓰기 때문에 비공개로 활동하는 사람이 많고, 이를 적발하기도 쉽지 않다.
크몽 같은 중개 플랫폼이 프리랜서들의 저가 경쟁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크몽에서 거래하는 것은 주로 웹개발이나 영상콘텐츠 제작 등입니다. 디자인은 스타일이나 수준에 따라 가격이 엄청나게 차이 나죠. 처음에는 가격을 낮춰서 경쟁하지만 평판이 쌓이면 가격을 올릴 수가 있어요."
급변하는 노동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게 정말 중요합니다. 크몽 안에서도 거래가 잘되는 분들은 평가가 좋은 분들이에요. 좋은 평판을 만들어가는 게 중요해요."
크몽은 프리랜서 일을 중개하는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마켓만 있는 것이 아니다. 덩치가 큰 기업 프로젝트의 경우 직원들이 개입한다. 웹사이트 구축 등 B2B(기업과 기업 사이 거래) 기업 프로젝트를 전담하는 사업부가 크몽 엔터프라이즈다. 여기에 PDF 전자책 서비스와 단기 알바 매칭 플랫폼인 '쑨'도 운영하고 있다. PDF 전자책 서비스는 40~50페이지 분량으로 '우리 아이 회장 만들기' 같은 노하우를 판매한다. 인세가 80%로, 분야별 심사를 거쳐 콘텐츠당 5000원 이상으로 가격이 책정된다. 올해부터 VOD 영상도 전자책 서비스에 추가됐다.
"매출이 증가하는 것은 당연하고 매출성장률이 오르고 있는 것이 고무적입니다. 올해 매출 정점을 찍을 겁니다. 크몽마켓뿐 아니라 엔터프라이즈, VOD, 쑨 등 신사업들을 폭발적으로 성장시키는 게 목표예요. 언제든 흑자가 가능하도록 비용 관리를 하고 있어요."
올해 6월 1일이 창업 10주년 기념일이다. 2015년 첫 투자를 받고 작년 4월에 320억원을 받아 누적 투자금이 480억원이다. 직원 100여 명이 근무하는 공간은 빈자리가 많이 눈에 띄었다.
"자율적 재택근무 중입니다. 돌이켜보면 힘든 구간이 크게 세 번이었는데 공통점이 인원을 급격히 늘렸을 때였어요. 가치관이 충돌하고 중심이 흔들리면서 위기의 실마리가 됐죠. 제일 잘못된 생각이 사람이 2배 늘어나면 퍼포먼스가 2배 늘어난다는 것이더군요. 퍼포먼스는 인력에 비례하지 않아요. 탄탄하게 팀워크가 만들어지려면 천천히 인력이 늘어나는 게 중요해요."
다행스러운 건 위기를 통해 산만했던 비즈니스를 가지치기하고 정체성을 명확하게 다질 수 있었다. "유행을 따라가는 것이 오히려 위험했어요. 자신이 믿는 목표를 향해 꾸준히 개선해 나가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위기가 온다면 어디에서 올까. 그는 "요즘 제일 두려운 건 '제2의 크몽'이 나타나는 것이다. 혁신당할까 두렵다"며 "스타트업이 두려워하는 대상은 대기업이 아니라 또 다른 스타트업"이라고 말했다.
▶▶ 박현호 대표는… △1978년 경남 진주 출생 △1997년 단국대 컴퓨터공학과(중퇴) △1998년 주식회사 라밤바 창업 △2001년 에프유비 유한회사 창업 △2012년~현재 크몽 대표
[이향휘 기자 / 사진 =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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