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 글로벌 IT 기업들, 클라우드 컴퓨팅 시대를 맞아 데이터베이스 관리시스템(DBMS) 시장에서 치열한 전쟁
- 목적에 맞게 데이터베이스 관리시스템, 그러나 여러 개의 데이터베이스를 유지 관리하는 부담을 줄이는 융합형 데이터베이스의 장점에 주목해야
잘 알려져 있다시피 전 세계적으로 기업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데이터베이스는 오라클이다. 세계 2위 소프트웨어 회사인 오라클은 40년 넘게 데이터베이스 소프트웨어를 제공해 왔다. 175개국에 걸쳐 43만 개 고객이 오라클의 데이터베이스를 쓴다. 그만큼 오라클의 데이터베이스는 기업 환경에서 쓰기 안전하고 성능이 뛰어난 것으로 검증을 받은 셈이다.
그런데 모든 IT시스템이 클라우드 방식으로 전환되기 시작하면서 오라클을 위협하는 기업들이 등장했다. 아마존의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 부문인 아마존웹서비스(AWS)가 대표적이다. 클라우드 시장의 개척자인 AWS는 독보적 입지를 ‘지렛대’로 삼아 데이터베이스 시장까지 넘보기 시작했다. 여기에 최근에는 유니콘(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 기업으로 평가받아온 스노우플레이크가 미국 증시에 데뷔하며 데이터베이스 시장 경쟁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스노우플레이크는 워런 버핏이 투자한 회사로도 알려져 있다.
융합형이냐 단일 목적형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클라우드 시대에 와서 오라클과 AWS의 대결은 여러모로 흥미롭다. 데이터베이스, 클라우드 분야에서 각각 1위를 달리고 있는 기업끼리 경쟁을 벌이는 것이자 기업용 IT시장의 ‘신구(新舊) 대결’이기 때문이다. (오라클은 1977년, AWS는 2006년 설립됐다.) 클라우드로 전환되고 있는 데이터베이스 시장은 두 회사의 피할 수 없는 승부처나 다름없다.
그런 두 회사의 전략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서로 다른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양사의 전략 차이는 상반되는 데다 논쟁적이기까지 한 사안이다.
먼저 오랜 기간 데이터베이스 시장의 ‘왕좌'를 지켜온 오라클의 전략을 보자. 오라클은 이른바 ‘융합형 데이터베이스' 전략을 취하고 있다. 요컨대 하나의 데이터베이스에서 여러 종류의 데이터와 워크로드를 모두 관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오라클은 이런 전략을 ‘최신 스마트폰’에 빗대 설명한다. 메시지, 사진 등 원래 별도의 제품이 필요했던 것이 이제는 스마트폰의 기능이 된 것처럼 데이터도 오라클의 융합형 데이터베이스에서 모두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AWS, 구글 클라우드 등 클라우드 기업들의 생각은 다르다. 앤디 재시 AWS 최고경영자(CEO)는 사실상 오라클을 겨냥해 “관계형 데이터베이스를 모든 워크로드에 사용하는 그런 시대는 끝났다"고 공공연하게 말해왔다. 이들은 목적에 따라 다양한 데이터베이스를 내놓고 있다. 일명 ‘단일 목적형 데이터베이스’다. AWS만 하더라도 이미 관계형 데이터베이스 '오로라'를 비롯해 문서 데이터베이스 '도큐먼트 DB', 그래프 데이터베이스 '넵튠', 시계열 데이터베이스 '타임스트림', 원장 데이터베이스 'QLDB 등 15개가 넘는 클라우드 데이터베이스를 선보였다.
단일 목적형 데이터베이스의 장점이라면 하나 혹은 소수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설계된 만큼 다수의 데이터베이스나 워크로드를 수용하기 위한 ‘기능적 타협'이 필요없다는 것이다. 각각의 데이터 타입, 워크로드에 따라 '동급 최강'의 단일 목적형 데이터베이스를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아울러 대체로 융합형 데이터베이스보다 적은 기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개발을 보다 쉽게 시작할 수 있는 것 역시 단일 목적형 데이터베이스의 장점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오라클이 융합형 데이터베이스를 주창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데이터 타입별로 데이터베이스를 달리 쓸 경우 데이터 관리가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거꾸로 얘기하면 융합형 데이터베이스는 고객이 여러 개의 데이터베이스를 유지·관리해야 하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처리해야 하는 데이터 형식이나 워크로드는 매우 방대하다. 거기에 데이터 양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다양한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을 모두 지원하기 위해 여러 개의 단일 목적형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할 경우, 서로 다른 형식과 유형을 사용하는 데이터베이스에 데이터가 분산될 수밖에 없다는 게 오라클의 설명이다. 당연히 조직 내에서 여러 유형의 데이터를 관리하고, 통합하는 일을 복잡하게 만든다.
더군다나 조직 전반에 걸쳐 단일 목적형 데이터베이스 접근법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각각의 데이터베이스 운영 방식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임직원이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데이터베이스마다 보안 정책도 새롭게 구현하는 일이 필요하다.
또 오라클은 단일 목적형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는 것이 오히려 ‘록인(lock-in·묶어둠)’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단일 목적형 데이터베이스는 SQL과 같은 표준이 아닌 고유한 API 및 트랜잭션 모델을 활용한다. 이 때문에 개발 과정이 파편화되고 애플리케이션 또한 특정 데이터베이스에 종속되게 된다". 오라클의 얘기다.
융합형 데이터베이스를 도입하려면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도 오라클은 “클라우드 도입으로 비용 장벽이 제거됐다"고 말한다. 실제로 오라클 자율운영 데이터베이스는 오라클 클라우드 프리 티어 서비스의 일환으로 개발자에게 무료로 제공되며, 개발 과정에서도 낮은 시간당 요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 하나의 데이터베이스 기술로 조직의 모든 영역에서 다양한 요구사항을 충족한다는 점에서도 융합형 데이터베이스를 도입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비용 절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오라클은 단일 목적형 데이터베이스의 효용을 누릴 수 있는 분야가 제한적이라고 설명한다. 가령 주식 거래나 전화 교환 등 지연시간에 민감한 트랜잭션 처리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는 시스템 정도만이 비용, 성능, 가용성 등의 측면에서 단일 목적형 데이터베이스를 사용하는 게 이득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 같은 소규모 작업으로 국한하는 것이 낫다는 게 오라클의 얘기다.
오라클 데이터베이스, 블록체인-로우코드 품었다
오라클이 최근 출시한 ‘오라클 데이터베이스 21c’는 오라클이 지속적으로 융합형 데이터베이스 전략을 강화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오라클은 2018년부터 출시년도를 버전 명칭에 쓰기 시작했다. 매년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며 혁신하겠다는 의미다. 2018년 출시된 데이터베이스 버전은 18c였으며, 2019년에는 19c를 내놨다. 지난 13일(현지시간) 출시한 최신 버전인 21c에는 무려 200개가 넘는 기능을 추가했다.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블록체인 기술을 지원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오라클은 21c에 블록체인 테이블을 추가했다. 블록체인 원장 데이터를 관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블록체인 테이블은 각 행이 암호화된 방식으로 연결돼 변하지 않는 특징(불변성)을 갖고 있다. 고객은 변조 감지 및 방지 기능을 활용해 관리자나 이용자를 가장한 해커가 불법적으로 시스템을 변경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또 블록체인 테이블은 표준 SQL로 접근할 수 있는 통합 데이터베이스의 일부로, 전체 분석 및 트랜잭션을 지원하기 때문에 기존 블록체인보다 사용이 한층 용이해졌다. 블록체인 테이블은 모든 오라클 데이터베이스에서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또 다른 특징은 제이슨(JSON) 형태의 데이터 저장, 익숙한 언어인 자바스크립트를 지원해 개발 편의성을 높였다는 점이다. 기존 버전 대비 최대 10배 빠른 스캔과 최대 4배 빠른 업데이트 작업을 가능하게 해준다. 이용자는 이전 버전과 동일하게 사용자 정의 애플리케이션 코드 없이도 JSON 및 기타 데이터 유형을 결합하고, 신속한 온라인 트랜잭션 처리(OLTP)를 위해 모든 JSON 요소를 인덱싱하는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데이터베이스 내에서 머신러닝(ML)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오토ML’ 기능이 추가된 것도 특징이다. 오토ML은 사용자가 일일이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선택할 필요없이 소스와 분석 대상만 지정해주면 DB 내에서 적합한 알고리즘을 자동으로 지정해주는 기능이다. 대규모 머신러닝 모델을 자동으로 구축해줘 비전문가도 머신러닝을 쉽게 사용하도록 지원해준다. 오라클은 데이터베이스 내에서 널리 활용되는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수집하는 라이브러리에 이상 탐지, 회귀 분석 및 딥러닝 분석을 위한 알고리즘을 새롭게 추가했다.
여기에 오라클은 '로우 코드(low-code)' 개발 방식을 지원하는 '오라클 에이펙스(APEX) 애플리케이션 개발’ 서비스까지 출시했다. 이는 개발자들이 복잡한 ‘풀 스택' 기술을 배우지 않고도 어떤 장비에서든 활용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빠르게 구축할 수 있도록 해준다. 전문가가 아닌 현업이나 일반인도 로우 코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로우코드 개발은 통상 기존 코딩 방식보다 20~40배 빠르게 앱을 개발할 수 있다.
오라클, 클라우드 시장서 데이터베이스로 차별화
궁극적으로 오라클의 이 같은 행보는 커지는 클라우드 시장 경쟁에서 차별화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포레스터 리서치는 올해 전 세계 퍼블릭 클라우드 인프라 시장이 작년보다 35% 커질 것으로 예측했다.
현재 클라우드 시장에서 오라클은 후발 주자에 속한다. 특히 퍼블릭 클라우드 시장은 AWS가 여전히 40%에 가까운 분기 성장률을 보이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클라우드, 알리바바 등도 오라클보다 앞서 있다. 시너지리서치그룹에 따르면 AWS는 전 세계 클라우드 시장에서 33% 가량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MS의 점유율은 18% 정도다.
물론 오라클도 올해 말까지 전 세계에 걸쳐 데이터센터 리전(region)을 36개까지 확대하겠다고 발표할 정도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지난 2019년 말 오라클의 리전 개수는 16개에 불과했던 것을 감안하면, 1년 남짓한 사이에 무려 20개 안팎의 리전을 늘리는 것이다. 국내에도 지난 2019년 첫 번째 데이터센터를 설립한 뒤 1년만에 두 번째 데이터센터를 구축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AWS 등과 시장 점유율 격차는 큰 편이다.
오라클이 이런 상황을 반전시킬 기회는 데이터베이스에 있다고 봐야 한다. AWS가 클라우드를 지렛대로 데이터베이스 시장을 노린다면, 오라클은 데이터베이스 시장의 지위를 발판으로 클라우드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히려 하고 있다.
오라클은 자율운영 데이터베이스와 함께 ‘통합'의 가치를 내세우는 융합형 데이터베이스 전략을 통해 기존 데이터베이스 고객의 클라우드 전환을 꾀하고 있다. 특히 오라클의 융합형 데이터베이스 전략과 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자율운영 데이터베이스다.
자율운영 데이터베이스 기술은 머신러닝을 기반으로 데이터베이스 관리 업무를 자동화함으로써 사람이 관리할 때 생기는 실수 등을 줄이는 데 주안점을 둔다. 이를 통해 데이터베이스 관리자의 작업 시간을 줄이고 혁신에 더 많은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오라클은 자율운영 데이터베이스 클라우드의 특징을 '자율 관리’, '자율 보안', '자율 복구' 세 가지 키워드로 요약한다. 자율운영 데이터베이스는 오라클의 클라우드 서비스인 ‘오라클 클라우드 인프라(OCI)’에 기본 탑재돼 있다. 오라클은 OCI가 보안에 특화된 '2세대' 클라우드 인프라라고 강조해왔다.
동시에 오라클은 APEX라는 로우 코드 서비스를 통한 애플리케이션 개발 가능성을 높여 클라우드 네이티브 고객 수요까지 전선을 확대할 계획이다. 가트너에 따르면 로우 코드 애플리케이션 개발은 오는 2024년까지 전체 애플리케이션 개발 활동의 65%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AWS는 분명 초기 클라우드 시장을 완전히 선점했다. 그러나 클라우드 시장은 이제 막 커지고 있는 초기 시장이라는 점, 단일 기업이 아닌 여러 기업의 클라우드를 사용하는 멀티 클라우드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돼 가고 있다는 점 등은 미래를 예측하기 점점 어렵게 만들고 있다. 클라우드 시장이 확대될수록 후발 주자들에도 성장 기회는 늘어나기 마련이다. AWS를 바짝 뒤쫓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만 보더라도 그렇다.
40년 넘게 기업들의 데이터 관리를 지원해온 오라클이 차별화된 역량으로 과연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아니면 클라우드 1위 기업 AWS가 ‘오라클의 땅'으로 여겨진 데이터베이스 시장에도 균열을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영원한 1등은 없다'는 말은 오라클에도, AWS에도 모두 적용될 수 있다.
** 기사: 김국배 아이뉴스24 기자 / 정리: ㈜한국능률협회미디어 박예진 기자
** 전체 기사는 최고 경영자를 위한 경영정보 지식 충전소, Chief Executive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요약
잘 알려져 있다시피 전 세계적으로 기업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데이터베이스는 오라클이다. 세계 2위 소프트웨어 회사인 오라클은 40년 넘게 데이터베이스 소프트웨어를 제공해 왔다. 175개국에 걸쳐 43만 개 고객이 오라클의 데이터베이스를 쓴다. 그만큼 오라클의 데이터베이스는 기업 환경에서 쓰기 안전하고 성능이 뛰어난 것으로 검증을 받은 셈이다.
그런데 모든 IT시스템이 클라우드 방식으로 전환되기 시작하면서 오라클을 위협하는 기업들이 등장했다. 아마존의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 부문인 아마존웹서비스(AWS)가 대표적이다. 클라우드 시장의 개척자인 AWS는 독보적 입지를 ‘지렛대’로 삼아 데이터베이스 시장까지 넘보기 시작했다. 여기에 최근에는 유니콘(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 기업으로 평가받아온 스노우플레이크가 미국 증시에 데뷔하며 데이터베이스 시장 경쟁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스노우플레이크는 워런 버핏이 투자한 회사로도 알려져 있다.
융합형이냐 단일 목적형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클라우드 시대에 와서 오라클과 AWS의 대결은 여러모로 흥미롭다. 데이터베이스, 클라우드 분야에서 각각 1위를 달리고 있는 기업끼리 경쟁을 벌이는 것이자 기업용 IT시장의 ‘신구(新舊) 대결’이기 때문이다. (오라클은 1977년, AWS는 2006년 설립됐다.) 클라우드로 전환되고 있는 데이터베이스 시장은 두 회사의 피할 수 없는 승부처나 다름없다.
그런 두 회사의 전략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서로 다른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양사의 전략 차이는 상반되는 데다 논쟁적이기까지 한 사안이다.
먼저 오랜 기간 데이터베이스 시장의 ‘왕좌'를 지켜온 오라클의 전략을 보자. 오라클은 이른바 ‘융합형 데이터베이스' 전략을 취하고 있다. 요컨대 하나의 데이터베이스에서 여러 종류의 데이터와 워크로드를 모두 관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오라클은 이런 전략을 ‘최신 스마트폰’에 빗대 설명한다. 메시지, 사진 등 원래 별도의 제품이 필요했던 것이 이제는 스마트폰의 기능이 된 것처럼 데이터도 오라클의 융합형 데이터베이스에서 모두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AWS, 구글 클라우드 등 클라우드 기업들의 생각은 다르다. 앤디 재시 AWS 최고경영자(CEO)는 사실상 오라클을 겨냥해 “관계형 데이터베이스를 모든 워크로드에 사용하는 그런 시대는 끝났다"고 공공연하게 말해왔다. 이들은 목적에 따라 다양한 데이터베이스를 내놓고 있다. 일명 ‘단일 목적형 데이터베이스’다. AWS만 하더라도 이미 관계형 데이터베이스 '오로라'를 비롯해 문서 데이터베이스 '도큐먼트 DB', 그래프 데이터베이스 '넵튠', 시계열 데이터베이스 '타임스트림', 원장 데이터베이스 'QLDB 등 15개가 넘는 클라우드 데이터베이스를 선보였다.
단일 목적형 데이터베이스의 장점이라면 하나 혹은 소수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설계된 만큼 다수의 데이터베이스나 워크로드를 수용하기 위한 ‘기능적 타협'이 필요없다는 것이다. 각각의 데이터 타입, 워크로드에 따라 '동급 최강'의 단일 목적형 데이터베이스를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아울러 대체로 융합형 데이터베이스보다 적은 기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개발을 보다 쉽게 시작할 수 있는 것 역시 단일 목적형 데이터베이스의 장점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오라클이 융합형 데이터베이스를 주창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데이터 타입별로 데이터베이스를 달리 쓸 경우 데이터 관리가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거꾸로 얘기하면 융합형 데이터베이스는 고객이 여러 개의 데이터베이스를 유지·관리해야 하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처리해야 하는 데이터 형식이나 워크로드는 매우 방대하다. 거기에 데이터 양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다양한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을 모두 지원하기 위해 여러 개의 단일 목적형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할 경우, 서로 다른 형식과 유형을 사용하는 데이터베이스에 데이터가 분산될 수밖에 없다는 게 오라클의 설명이다. 당연히 조직 내에서 여러 유형의 데이터를 관리하고, 통합하는 일을 복잡하게 만든다.
더군다나 조직 전반에 걸쳐 단일 목적형 데이터베이스 접근법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각각의 데이터베이스 운영 방식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임직원이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데이터베이스마다 보안 정책도 새롭게 구현하는 일이 필요하다.
또 오라클은 단일 목적형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는 것이 오히려 ‘록인(lock-in·묶어둠)’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단일 목적형 데이터베이스는 SQL과 같은 표준이 아닌 고유한 API 및 트랜잭션 모델을 활용한다. 이 때문에 개발 과정이 파편화되고 애플리케이션 또한 특정 데이터베이스에 종속되게 된다". 오라클의 얘기다.
융합형 데이터베이스를 도입하려면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도 오라클은 “클라우드 도입으로 비용 장벽이 제거됐다"고 말한다. 실제로 오라클 자율운영 데이터베이스는 오라클 클라우드 프리 티어 서비스의 일환으로 개발자에게 무료로 제공되며, 개발 과정에서도 낮은 시간당 요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 하나의 데이터베이스 기술로 조직의 모든 영역에서 다양한 요구사항을 충족한다는 점에서도 융합형 데이터베이스를 도입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비용 절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오라클은 단일 목적형 데이터베이스의 효용을 누릴 수 있는 분야가 제한적이라고 설명한다. 가령 주식 거래나 전화 교환 등 지연시간에 민감한 트랜잭션 처리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는 시스템 정도만이 비용, 성능, 가용성 등의 측면에서 단일 목적형 데이터베이스를 사용하는 게 이득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 같은 소규모 작업으로 국한하는 것이 낫다는 게 오라클의 얘기다.
오라클 데이터베이스, 블록체인-로우코드 품었다
오라클이 최근 출시한 ‘오라클 데이터베이스 21c’는 오라클이 지속적으로 융합형 데이터베이스 전략을 강화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오라클은 2018년부터 출시년도를 버전 명칭에 쓰기 시작했다. 매년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며 혁신하겠다는 의미다. 2018년 출시된 데이터베이스 버전은 18c였으며, 2019년에는 19c를 내놨다. 지난 13일(현지시간) 출시한 최신 버전인 21c에는 무려 200개가 넘는 기능을 추가했다.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블록체인 기술을 지원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오라클은 21c에 블록체인 테이블을 추가했다. 블록체인 원장 데이터를 관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블록체인 테이블은 각 행이 암호화된 방식으로 연결돼 변하지 않는 특징(불변성)을 갖고 있다. 고객은 변조 감지 및 방지 기능을 활용해 관리자나 이용자를 가장한 해커가 불법적으로 시스템을 변경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또 블록체인 테이블은 표준 SQL로 접근할 수 있는 통합 데이터베이스의 일부로, 전체 분석 및 트랜잭션을 지원하기 때문에 기존 블록체인보다 사용이 한층 용이해졌다. 블록체인 테이블은 모든 오라클 데이터베이스에서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또 다른 특징은 제이슨(JSON) 형태의 데이터 저장, 익숙한 언어인 자바스크립트를 지원해 개발 편의성을 높였다는 점이다. 기존 버전 대비 최대 10배 빠른 스캔과 최대 4배 빠른 업데이트 작업을 가능하게 해준다. 이용자는 이전 버전과 동일하게 사용자 정의 애플리케이션 코드 없이도 JSON 및 기타 데이터 유형을 결합하고, 신속한 온라인 트랜잭션 처리(OLTP)를 위해 모든 JSON 요소를 인덱싱하는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데이터베이스 내에서 머신러닝(ML)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오토ML’ 기능이 추가된 것도 특징이다. 오토ML은 사용자가 일일이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선택할 필요없이 소스와 분석 대상만 지정해주면 DB 내에서 적합한 알고리즘을 자동으로 지정해주는 기능이다. 대규모 머신러닝 모델을 자동으로 구축해줘 비전문가도 머신러닝을 쉽게 사용하도록 지원해준다. 오라클은 데이터베이스 내에서 널리 활용되는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수집하는 라이브러리에 이상 탐지, 회귀 분석 및 딥러닝 분석을 위한 알고리즘을 새롭게 추가했다.
여기에 오라클은 '로우 코드(low-code)' 개발 방식을 지원하는 '오라클 에이펙스(APEX) 애플리케이션 개발’ 서비스까지 출시했다. 이는 개발자들이 복잡한 ‘풀 스택' 기술을 배우지 않고도 어떤 장비에서든 활용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빠르게 구축할 수 있도록 해준다. 전문가가 아닌 현업이나 일반인도 로우 코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로우코드 개발은 통상 기존 코딩 방식보다 20~40배 빠르게 앱을 개발할 수 있다.
오라클, 클라우드 시장서 데이터베이스로 차별화
궁극적으로 오라클의 이 같은 행보는 커지는 클라우드 시장 경쟁에서 차별화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포레스터 리서치는 올해 전 세계 퍼블릭 클라우드 인프라 시장이 작년보다 35% 커질 것으로 예측했다.
현재 클라우드 시장에서 오라클은 후발 주자에 속한다. 특히 퍼블릭 클라우드 시장은 AWS가 여전히 40%에 가까운 분기 성장률을 보이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클라우드, 알리바바 등도 오라클보다 앞서 있다. 시너지리서치그룹에 따르면 AWS는 전 세계 클라우드 시장에서 33% 가량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MS의 점유율은 18% 정도다.
물론 오라클도 올해 말까지 전 세계에 걸쳐 데이터센터 리전(region)을 36개까지 확대하겠다고 발표할 정도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지난 2019년 말 오라클의 리전 개수는 16개에 불과했던 것을 감안하면, 1년 남짓한 사이에 무려 20개 안팎의 리전을 늘리는 것이다. 국내에도 지난 2019년 첫 번째 데이터센터를 설립한 뒤 1년만에 두 번째 데이터센터를 구축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AWS 등과 시장 점유율 격차는 큰 편이다.
오라클이 이런 상황을 반전시킬 기회는 데이터베이스에 있다고 봐야 한다. AWS가 클라우드를 지렛대로 데이터베이스 시장을 노린다면, 오라클은 데이터베이스 시장의 지위를 발판으로 클라우드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히려 하고 있다.
오라클은 자율운영 데이터베이스와 함께 ‘통합'의 가치를 내세우는 융합형 데이터베이스 전략을 통해 기존 데이터베이스 고객의 클라우드 전환을 꾀하고 있다. 특히 오라클의 융합형 데이터베이스 전략과 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자율운영 데이터베이스다.
자율운영 데이터베이스 기술은 머신러닝을 기반으로 데이터베이스 관리 업무를 자동화함으로써 사람이 관리할 때 생기는 실수 등을 줄이는 데 주안점을 둔다. 이를 통해 데이터베이스 관리자의 작업 시간을 줄이고 혁신에 더 많은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오라클은 자율운영 데이터베이스 클라우드의 특징을 '자율 관리’, '자율 보안', '자율 복구' 세 가지 키워드로 요약한다. 자율운영 데이터베이스는 오라클의 클라우드 서비스인 ‘오라클 클라우드 인프라(OCI)’에 기본 탑재돼 있다. 오라클은 OCI가 보안에 특화된 '2세대' 클라우드 인프라라고 강조해왔다.
동시에 오라클은 APEX라는 로우 코드 서비스를 통한 애플리케이션 개발 가능성을 높여 클라우드 네이티브 고객 수요까지 전선을 확대할 계획이다. 가트너에 따르면 로우 코드 애플리케이션 개발은 오는 2024년까지 전체 애플리케이션 개발 활동의 65%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AWS는 분명 초기 클라우드 시장을 완전히 선점했다. 그러나 클라우드 시장은 이제 막 커지고 있는 초기 시장이라는 점, 단일 기업이 아닌 여러 기업의 클라우드를 사용하는 멀티 클라우드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돼 가고 있다는 점 등은 미래를 예측하기 점점 어렵게 만들고 있다. 클라우드 시장이 확대될수록 후발 주자들에도 성장 기회는 늘어나기 마련이다. AWS를 바짝 뒤쫓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만 보더라도 그렇다.
40년 넘게 기업들의 데이터 관리를 지원해온 오라클이 차별화된 역량으로 과연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아니면 클라우드 1위 기업 AWS가 ‘오라클의 땅'으로 여겨진 데이터베이스 시장에도 균열을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영원한 1등은 없다'는 말은 오라클에도, AWS에도 모두 적용될 수 있다.
** 기사: 김국배 아이뉴스24 기자 / 정리: ㈜한국능률협회미디어 박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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