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투자? 인수·합병(M&A)? 상장? 심지어 유니콘? 밤하늘에 영롱한 별처럼 수많은 스타트업의 성공 척도는 의외로 단순하다. 훌륭한 제품과 멋진 서비스, 혁신적 기술과 파괴적 비즈니스 모델 등 이런 것으로 치장되지만 민낯의 척도는 뻔하다. 창업자의 궁핍한 주머니에 묻어둔 주식이 금싸라기로 환산되는 순간, 모든 창업자가 꿈꾸는 바로 그 순간 성공한 스타트업이 되는 것이다. 엄밀한 현실이 그렇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궁금해진다. 속세의 성공, 즉 부와 부에 상응하는 권력을 거머쥔 그들의 마음에는 무엇이 들어차 있을까. 더 훌륭한 제품과 더 멋진 서비스, 더욱 혁신적인 기술과 파괴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있을 것이다.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표현으로는 더 많은 부와 더욱 많은 권력이 있을 것이고. 그러나 그들의 정진을 세속의 욕망으로만 묘사하는 우를 범하고 싶지는 않다. 그들은 스타트업이고, 스타트업이었으니까.
단언컨대 스타트업은 시대정신이다. 현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보편적인 정신이라는 뜻이다. 스타트업을 인정하고 창업자를 존중한다. 단순한 인정과 존중뿐 아니라 돌봄과 키움도 있다. 흔히 스타트업을 '보육'한다지 않는가. 그렇다면 이유는 뭘까. 각자도생의 엄연한 영리조직을 시대정신으로 보육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당연히 으뜸은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하는 데 기인한다. 시작은 미미하나 죽음의 계곡을 넘고 희망의 봉우리에 서는 것을 반복하며 일자리는 순증한다.
그러나 으뜸보다 우월한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스타트업은 시장의 갈등과 고객의 고충에서 스타트한다. 이를 해결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고민한다. 반면에 기존의 기업은 다르다. 기확보된 기업의 자원과 기설정된 전략적 방향에서 출발한다. 이미 존재하는 것을 기반으로, 수요자가 아닌 공급자의 관점으로, 신산업과 신사업에 뛰어든다.
그 차이로 대기업이 골리앗이 되고, 스타트업은 다윗이 된다. 그 차이로 우리는 우리의 불편함을 해소해주는, 그리하여 세상을 혁신하는 스타트업을 지지하는 것이다. 단순히 어린 다윗이라서, 생태계의 약자라서가 아니라 말이다.
전공 분야가 그렇고, 하는 일이 그래서 수도 없는 스타트업을 본다. 스타트업의 변천과 스타트업 최고경영자(CEO)의 변화를 지켜본다. 기성세대가 배워야 할 점이 너무 많다. 배워야 할 그들이 너무 많다. 어떻게 하면 세상의 문제를 해결해 사람을 행복하게 해줄지 노심초사하는 이들이다. 기꺼운 마음으로 정부는 지원하고 대학은 응원하며 언론은 후원한다. 힘을 합쳐 규제를 푼다.
그런데 꼭 그렇지만도 않다. 우리가 왜 지원해야 하는지, 왜 응원하고 후원해야 하는지 의구심을 들게 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관계, 학계와 언론계 그리고 자의 반 타의 반 골리앗이 된 기존 산업계에 의한 혜택을 무시하는 이들이다. 돌봄과 키움으로 보육하는 사회, 시대정신으로 받아들인 세상에 대한 빚을 경시하는 이들이 있다. 물론 겉으로는 아니라지만 성공에 도달하는 순간 자취를 감추는 이들이다. 세상의 도움 없이 실력과 노력으로 성공했다며, 아니면 겸허한 톤으로 모든 것이 운이었다며, 자신을 높이는 이들이 있다. 이들에게 과연 우리 산업의 미래를 맡겨야 할지 우려하는 사람들의 걱정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씩 보게 되는 진짜 스타 스타트업, 진짜 스타 CEO가 멋지다. 회사 규모와 주식가치로 따지는 별이 아니다. 창업 초기 부릅뜬 눈과 주먹 쥔 손에 그득했던 세상과 사람에 대한 열정, 성장하면서도 놓지 않는 세상과 사람에 대한 감사, 성공한 후에도 숨지 않는 세상과 사람에 대한 역할이 멋지다. 멋진 그들이야말로 기성세대가 배우고 후속 세대가 본받을 스타트업이다. 진짜배기 스타다.
[임춘성 연세대 산업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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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람에 대한 열정으로
고객 불편 해소하는 이들
사회적 책무까지 해낸다면
그들이 바로 진짜 스타트업
그렇다면 궁금해진다. 속세의 성공, 즉 부와 부에 상응하는 권력을 거머쥔 그들의 마음에는 무엇이 들어차 있을까. 더 훌륭한 제품과 더 멋진 서비스, 더욱 혁신적인 기술과 파괴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있을 것이다.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표현으로는 더 많은 부와 더욱 많은 권력이 있을 것이고. 그러나 그들의 정진을 세속의 욕망으로만 묘사하는 우를 범하고 싶지는 않다. 그들은 스타트업이고, 스타트업이었으니까.
단언컨대 스타트업은 시대정신이다. 현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보편적인 정신이라는 뜻이다. 스타트업을 인정하고 창업자를 존중한다. 단순한 인정과 존중뿐 아니라 돌봄과 키움도 있다. 흔히 스타트업을 '보육'한다지 않는가. 그렇다면 이유는 뭘까. 각자도생의 엄연한 영리조직을 시대정신으로 보육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당연히 으뜸은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하는 데 기인한다. 시작은 미미하나 죽음의 계곡을 넘고 희망의 봉우리에 서는 것을 반복하며 일자리는 순증한다.
그러나 으뜸보다 우월한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스타트업은 시장의 갈등과 고객의 고충에서 스타트한다. 이를 해결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고민한다. 반면에 기존의 기업은 다르다. 기확보된 기업의 자원과 기설정된 전략적 방향에서 출발한다. 이미 존재하는 것을 기반으로, 수요자가 아닌 공급자의 관점으로, 신산업과 신사업에 뛰어든다.
그 차이로 대기업이 골리앗이 되고, 스타트업은 다윗이 된다. 그 차이로 우리는 우리의 불편함을 해소해주는, 그리하여 세상을 혁신하는 스타트업을 지지하는 것이다. 단순히 어린 다윗이라서, 생태계의 약자라서가 아니라 말이다.
전공 분야가 그렇고, 하는 일이 그래서 수도 없는 스타트업을 본다. 스타트업의 변천과 스타트업 최고경영자(CEO)의 변화를 지켜본다. 기성세대가 배워야 할 점이 너무 많다. 배워야 할 그들이 너무 많다. 어떻게 하면 세상의 문제를 해결해 사람을 행복하게 해줄지 노심초사하는 이들이다. 기꺼운 마음으로 정부는 지원하고 대학은 응원하며 언론은 후원한다. 힘을 합쳐 규제를 푼다.
그런데 꼭 그렇지만도 않다. 우리가 왜 지원해야 하는지, 왜 응원하고 후원해야 하는지 의구심을 들게 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관계, 학계와 언론계 그리고 자의 반 타의 반 골리앗이 된 기존 산업계에 의한 혜택을 무시하는 이들이다. 돌봄과 키움으로 보육하는 사회, 시대정신으로 받아들인 세상에 대한 빚을 경시하는 이들이 있다. 물론 겉으로는 아니라지만 성공에 도달하는 순간 자취를 감추는 이들이다. 세상의 도움 없이 실력과 노력으로 성공했다며, 아니면 겸허한 톤으로 모든 것이 운이었다며, 자신을 높이는 이들이 있다. 이들에게 과연 우리 산업의 미래를 맡겨야 할지 우려하는 사람들의 걱정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씩 보게 되는 진짜 스타 스타트업, 진짜 스타 CEO가 멋지다. 회사 규모와 주식가치로 따지는 별이 아니다. 창업 초기 부릅뜬 눈과 주먹 쥔 손에 그득했던 세상과 사람에 대한 열정, 성장하면서도 놓지 않는 세상과 사람에 대한 감사, 성공한 후에도 숨지 않는 세상과 사람에 대한 역할이 멋지다. 멋진 그들이야말로 기성세대가 배우고 후속 세대가 본받을 스타트업이다. 진짜배기 스타다.
[임춘성 연세대 산업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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