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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리포트] 일손 덜어주는 서빙로봇…韓·美·日식당가 '매출 효자' 됐죠

관리자
2021-09-29
조회수 633


실리콘밸리 로봇 스타트업 `베어로보틱스`

자율주행 기반 로봇 `서비`
30분간 테이블 위치 배우면
동선대로 음식 나르고 치워

직원 2~3명당 1대 붙여주면
가게매출 10~30% 상승효과

창업 4년만에 月800대 판매
하정우대표 "IoT시대 이끌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이 꿈"

  • 이상덕 기자
  • 입력 : 2021.09.28 04:03:03   수정 : 2021.09.28 07: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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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로보틱스의 서빙로봇 서비와 서비미니. [사진 제공 = 베어로보틱스]사진설명베어로보틱스의 서빙로봇 서비와 서비미니. [사진 제공 = 베어로보틱스]
"식당 사장님 손 사진을 보여드릴게요. 손뼈가 다 휘어졌어요. 가슴이 찡하더라고요. 손에 매니큐어도 바르시고 외모도 가꾸시는데, 무거운 것을 많이 드시니…. 서빙로봇인 서비를 쓰시더니 너무 좋아하시더라고요."

미국 캘리포니아주 레드우드시티에 본사를 둔 자율주행 로봇 스타트업 베어로보틱스.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식당주와 종업원들의 일손을 덜어주는 서빙로봇 서비와 서비미니를 만들어 전 세계 레스토랑에 제공하고 있다.

창업한 지 불과 4년밖에 안 됐지만 벌써 한 달에 로봇 800대씩 판매하고 있는 작지만 강한 스타트업이다. 하정우 베어로보틱스 대표는 기자와 만나 "일손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리고 싶어 자율주행 로봇을 개발했다. 올 들어 미국 한국 일본의 프랜차이즈와 식당점주의 문의가 폭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는 KT, 일본에서는 소프트뱅크가 비즈니스 파트너로 활동할 정도로 식당 로봇 업계에서는 베어로보틱스의 입지는 탄탄하다. 한국의 TGIF, 파리크라상, 서리재, 정육점 짬뽕지존, 일본의 스카이락 야키니쿠킹, 미국의 칠리스, 데니스가 대표 고객사다. 하 대표는 "로봇의 핵심 부품인 반도체 수급이 다소 걱정"이라면서 "올해 목표는 1만대로 대부분 선주문을 받은 상태"라고 말했다.

하정우 대표사진설명하정우 대표
자율주행 로봇을 만들고 있는 하 대표지만, 그는 결코 로봇이 사람을 대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하 대표는 "종업원 2~3명에 서비 한 대를 붙여주면 매출이 적게는 10%, 많게는 30%까지 올라간다"면서 "로봇을 도입하면 음식을 나르고 치우는 것에 집중하는 종업원들이 손님들에게 보다 더 많은 정성을 쏟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식당에서 종업원 한 명이 테이블 6~7개를 담당하지만 로봇을 도입하면 10개 이상 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베어로보틱스가 만든 서비와 서비미니는 4시간 완충 시 12시간 동안 주행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설치 기사가 로봇을 갖고 와서 30분간 식당 동선을 학습시킨다. 테이블 위치를 학습하고 그려낸 지도 위에 테이블 번호를 입력하면 끝이다. 하 대표는 "주문한 음식을 손님한테 드리는 것인지, 아니면 퇴식인지, 동시에 수행하는 것인지 등 각종 옵션을 선택할 수 있다"면서 "여러 대를 운영하더라도 동선이 꼬이지는 않는 것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서비가 일반 식당에 적합하다면, 서비미니는 커피 다과 같은 업종에 적합하다. 베어로보틱스는 식당주들의 부담을 덜어주고자 구독 모델을 도입했다. 판매도 하지만, 3년 약정에 월평균 60만원을 내고 로봇을 구독하는 서비스다. 하 대표는 "로봇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로봇을 관리하고 AS해주는 비용까지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친근하고 익숙해 보이는 로봇이지만 개발 과정은 복잡하다. 자율주행자동차와 유사하게 레이저 펄스를 발사하고 빛이 돌아오는 것을 받아 물체까지의 거리를 측정하는 라이다 기술, 카메라 센서 등을 통해 사람 눈처럼 인식하는 컴퓨터비전 기술이 들어가 있다.

하 대표는 "도로와 달리 식당은 사람이 수시로 복잡하게 움직이는 공간"이라면서 "적합한 센서를 갖고 안전을 보장하려면 그만큼 소프트웨어 기술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버와 서비에는 자율주행뿐 아니라 인공지능 클라우드 기술도 접목돼 있다.

올해부터 본격적인 양산 판매에 돌입했고, 시장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양산 직전인 지난해 전 세계 매출액 대비 올해는 50배 이상의 매출을 달성할 것이라는 것이 하 대표의 설명이다. 이러한 성장세에 작년 370억원 규모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한 데 이어 올해 시리즈B 투자 유치를 진행 중이다. 하 대표는 향후 베어로보틱스의 미래에 대해 "자율주행 기반으로 성장을 할 것"이라며 "더 많은 곳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KT 소프트뱅크와 같은 비즈니스 파트너들과 함께 일상생활에서 쓸모 있는 로봇들을 많이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베어로보틱스는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을 꿈꾼다. 앞으로 미래는 사물인터넷(IoT) 시대라는 진단이다. 인터넷이 컴퓨터 스마트폰뿐 아니라 온갖 장비들이 연결되기 때문에 움직이는 모든 것이 로봇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 대표는 "베어로보틱스가 추구하는 것은 움직이는 모든 것이 인터넷(internet of moving things)"이라면서 "자동차뿐 아니라 농기계까지 앞으로는 움직이는 모든 사물들이 관제시스템 인공지능 등을 갖추면서 하나의 거대한 기술 완성품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 대표는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텍사스대 석·박사, 인텔과 구글 엔지니어를 역임한 엘리트코스를 밟았다. 로봇에 본격적으로 눈을 뜬 것은 2016년이었다. 구글에 근무하던 중 부업으로 식당 하나를 인수했고, 상호는 강남순두부였다. "식당 하나 있으면 친구들 초대해 저녁을 하기도 좋고 새로운 수입도 들어오겠구나"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식당일은 고됐다. 주방 관리도 어려웠을뿐더러 종업원들이 바뀌는 것이 일쑤였다.


로봇이 절실하다는 생각은 이 무렵 갖게 됐다. 그는 "2017년 새해에 '한 해를 어떻게 살까' 생각했다"면서 "구글을 좋아하긴 했지만 식당일에 전념하면서 동시에 부품들을 사서 로봇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회고했다. 그 후 로봇에 집중하기 위해 식당일을 접고 세운 것이 오늘날 베어로보틱스다.

하 대표는 베어로보틱스의 의미에 대해 "곰은 우리 민족의 상징이자 실리콘밸리가 있는 캘리포니아주의 상징이기도 하다"면서 "그동안 로봇은 터미네이터처럼 지구 종말에나 찾아올 것 같은 이미지였는데, 사람 친화적이고 사람을 도와줄 수 있는 로봇을 만들자는 포부를 담았다"고 덧붙였다.

[실리콘밸리 = 이상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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